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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모험] 독특한 구현이 매력적인 카오스워킹 (Chaos Walking, 2021)

조경수 2021. 9. 23. 14:04

카오스 워킹

Chaos Walking, 2021

디스토피아, 미국영화, 109분

 

장르: 어드벤쳐, SF, 드라마

소설 원작 (Based on the novel “The Knife of Never Letting Go” by Patrick Ness)

(https://findawriter.wgaeast.org/project/1136450/chaos-walking/)

소설 삼부작의 1편이다. (흥행해서 끝까지 영화 시리즈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추천한다.

 

소설 원작이라서 스토리가 탄탄하게 짜여있다. 인물들의 캐릭터도 매력있으며, 케미도 제법 흥미롭다. 무엇보다 적절한 CG로 독특한 세계관을 잘 구현해낸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단점은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 또한 반전요소를 포함한 많은 부분이 전형적인 플롯을 따라간다.  아참 처음 10-20분은 좀 지루하고 뭔 소리하는지 알기 힘들 수도 있다. 

= 좀 뻔하지만 흥미로운 세계관과 매력있는 케미 덕분에 킬링타임에 제격인 영화!

 

만약 포스트 아포칼립스/디스토피아물을 좋아한다면 꼭 보기. 어차피 웬만한 미래영화를 다 봤으면 돌고 돌아서 결국 이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 티빙에서 봤다. 

 

디스토피아 배경답게, 지구를 제쳐두고 다른 행성이 배경이다.

남자는 이 행성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생각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마음 속 생각이 영상/소리 같은 형태로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다. 영화에선 '감염된다'라고 표현하던데, 남자만 감염되고 여자는 감염되지 않는다. 이렇게 밖으로 표출되는 생각들을 '노이즈'라고 부른다. 영화에선 노이즈를 꽤 그럴듯하게 CG로 보여주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시청을 적극 추천한다. (참고로 파란색 자막은 노이즈, 하얀색 자막이 말소리다)

 

주인공 토드는 이 행성의 가장 어린 남자다. 

토드는 여자를 두 눈으로 본 적이 없다. 토드의 부모님은 지구를 떠나 이 행성에 정착한 1차 정착민이다. 1차 정착민들은 이 행성의 원주민인 "스패클"과 전쟁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노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여자들이 몰살당했다. 이때 토드 부모님도 돌아가셨다.

그런데 하늘에서 여자 한 명이 뚝 떨어진다.

토드는 마냥 신기해서 보는데, 웬걸 어른들이 여자를 해치려고 하는 것 같다! 토드는 선한 주인공 (처음에는 그냥 여자가 신기하고 예뻐서;;)으로서 여자를 구출하고, 태어나 처음 듣는 행성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는데...! 

 

이 정도? 아래에선 영화 결말까지 쭉 소개하겠다. 영화를 볼 사람은 여기까지만 보시면 되겠다.

 

아참 주인공이 톰 홀랜드인데, 마블-DC 시리즈를 설렁설렁 보는 편이라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는 잘 모른다.

근데 여기서 보니 왜 스파이더맨 맡았는지 좀 알겠다. 키 작은 줄 알았더니 마스크 좋고 몸을 다부지게 다져놔서 주인공의 면모가 확실한 듯. 순진하고 선량하면서 호르몬에 휘둘리기도 하는 꼬마주인공 토드 역할을 잘해내서, 바이올라와 케미가 제법이다.

 


스포일러 주의

 

1. 영화 내용

그 여자는 우주선에서 보낸 정찰대원 바이올라였다.

1차 정착민이 잘 살고 있으니 우주선 전체가 정착하려고 오는 상황. 가장 큰 우주선은 4천 명이 넘는 지구인이 타고 있다. 이런 대규모 이주에 앞서 바이올라를 포함한 정찰대를 미리 보낸 것이다. 그런데 정찰대가 행성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서 나머지 대원이 다 죽고 혼자 불시착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시장은 우주선을 점령해서 이 행성을 지배하려는 마음을 먹는다. 그걸 위해 바이올라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바이올라가 속셈을 눈치채고 우주선에 경고를 보내려고 한다. 이판사판으로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서 바이올라를 죽이려는 데이비드 시장. 데이비드는 마을에서 노이즈를 가장 잘 컨트롤하는 사람으로, 노이즈를 이용해 남들에게 환상을 보여줘 속일 수도 있다.

 

토드는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지만 바이올라를 죽이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벤과 킬리언은 그런 토드와 바이올라가 마을을 빠져나가도록 돕는다. 그들은 토드의 부모와 친구였는데, 토드의 부모가 죽고 토드를 거뒀다. 벤과 킬리언은 토드에게 파브랜치로 가라며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절대 프렌티스타운에서 왔다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시장 이름이 데이비드 프렌티스임)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드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를 본 것도 모자라, 무려 다른 마을에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란 상태. 심지어 바이올라를 잡으러 온  데이비드 시장에게 맞서다가 킬리언이 죽는다.

 

바이올라는 지구에 파견된 탐사대원답게 망가진 모터사이클을 임시로 고쳐 달아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바이올라가 모터사이클 타고 슝 튀어나가는 장면이 꽤 볼만하다!

어쨌거나 둘의 여정이 시작된다. 토드는 꼬마라서 노이즈 컨트롤이 굉장히 미숙하다. 사춘기 소년처럼 호기심, 두려움,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 (아니 대체 키스를 어디서 배운 거야) 같은 게 얽혀서 여과없이 바이올라에게 보인다. 

 

파브랜치에 가보니 (당연히^^) 여자는 물론이고 아이들까지도 있는 정겨운 마을이 있었다.

알고보니 시장의 횡포를 피해 달아난 사람들이었다. 토드와 바이올라가 프렌티스타운에서 온 걸 알고 매우 경계하지만, 여기 시장은 어질고 올곧은 사람이었다. 얘기가 너무 길어져서 정리를 해야겠다. 

 

결말정리

1) 여정을 거쳐서 토드는 믿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알게 된다. 스팽클과의 싸움에서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는 알고보니 시장이 죽인 것이었다. 시장은 여자들이 자기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두려워서 사람들을 선동해서 여자들을 다 죽여버렸다. 

2) 토드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바이올라는 우주선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피엔딩!

 

 

쓰다보니 꽤 재밌게 본 듯? 풀리지 않은 떡밥이 많아서 삼부작의 나머지가 꼭 영화화되었으면 싶다.

궁금한 점은 1. 노이즈 능력

이 능력이 참 신기하다. 기억을 재생하거나 생각을 영상/그림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 노래도 들을 수 있다! 데이비드 시장은 노이즈로 환상 벽을 세우기도 하고, 벤 아저씨는 심지어 사람 형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깜빡 속여넘긴다. 

무엇보다 토드가 목숨의 벼랑 끝에서 경이로운 노이즈 파워를 보여준 장면이 정말 재밌다. 그런데 노이즈로 모르는 사람까지 구현할 수 있는 거였나? 떡밥일지

2. 스팽클

지구인과 다르게 생긴 이 행성 원주민이다. 데이비드 시장은 스팽클이 지구인 죽인다고 뻥쳤는데, 토드가 막상 마주한 스팽클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토드가 스팽클 죽일 뻔함) 당연히 스팽클에 대한 진실은 2편에서 풀리겠지?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케미를 소개하겠다.

사실 이 아저씨들 때문에 이 글을 썼다. 내용정리를 과하게 해버렸지만;

 

벤 & 킬리언 (그리고 토드)

 

 

벤과 킬리언은 이 영화 최고의 아저씨들이다.

상술했지만 친구들의 아들이라고 토드를 데려와 가슴으로 기르는 중.

노이즈 실력도 상당하다! 어째서인지 비트만 왕창 키우는 바람에 토드가 백날 투정부린다.

 

 

 

Ben (Demián Bichir)

 

이 시대 최고의 아저씨!

 

 

 

화목한 밥상머리 (왼쪽부터 킬리언 - 벤 - 토드)

 

 

위 사진 보면 킬리언 아저씨랑 토드랑 노이즈로 싸우고 있다. 인물 위에 비치는 영상이 그거다. 재밌지 않습니까?

토드는 밭일 하기 싫어서 땡땡이치고 귀염둥이 멍멍이 멘치랑 놀러 다닌다. 

얌마 벤 아빠랑 킬리언 아빠가 얼마나 널 위해주는 아저씨들인데 투정은!

 

아래는 토드의 투정 3컷 ㅋㅋ

 

 

 

아이고 토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컷만화도 아니고 개웃김 ㅋㅋㅋㅋ

 

 

토드는 데이비드 시장이 정말 멋있는 남자라고 생각하고 롤모델로 삼고 있다.

벤 아빠 킬리언 아빠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지! 시장 때문에 네 부모님 돌아가셨어 인석아.. 나였으면 욕 박고 진실 알려주고도 남았는데, 인내심 강한 아빠들은 "그렇게 시장 좋으면 시장 아들 해" 정도가 다임.. 

 

또 토드를 "우리 아이" 우리 아이하면서 멋진 아빠의 정석을 보여준다.

킬리언이 죽어가면서 벤에게 우리 아이 지켜야 해, 우리 아이.. 하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 

영화 본 사람들은 알아챘겠지만 벤 아빠와 킬리언 아빠는 커플이다.

 

 

좁은 침대지만 어떻게 같이 눕는 잉꼬부부

 

위 사진에서 누가 벤이고 킬리언인지 아는 사람 있을련지. 워낙 분량이 적어서 안경 쓴 사람이 벤인 것밖에 모르겠다.

사실 커플인 걸 티내는 건 이 5초 남짓되는 장면밖에 없다. 보수적인 어르신과 영화를 같이 봐도 무방하다는 점^^;

서치해보면 소설 속에서도 어떠한 romantic relationship이 없다. 근데 작가가 인터뷰에서 둘은 "a couple"이라고 말했다는 것.

고로 shipping이 싫으면 그냥 멋진 아저씨들의 우정으로 생각해도 무방.

 

 

그건 그렇고 진짜 킬리언 아저씨랑 꼬마강아지 멘치를 죽였어야 했습니까?

멘치가 후반부에 정신병 있는 사람에게 죽는다... 목사 타이틀을 주긴 했는데, 언행을 보면 이미 어떠한 종교의 목사 성품은 남아있지 않고, 그저 새로운 행성에서 정신병 걸렸는데 목소리만 큰 사람에 가깝다. 치료가 필요한데 데이비드 시장이 자기 맘대로 굴리려고 병을 악화시킨 듯. 애초에 목사 아닌데 데이비드가 목사라고 부른 거 아냐?

 

++.

벤 아저씨의 노이즈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