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감상실/일반감상

[영화/범죄] 포스터보다 답답한 굿우먼 (A Good Woman Is Hard to Find, 2019)

조경수 2022. 1. 19. 20:48

굿 우먼

A Good Woman Is Hard to Find

2019, 1h 37m

 

 

한마디로 사라 볼거 (Sarah Bolger) 아니었으면 절대 끝까지 안 봤을 영화다.

전적으로 사라 볼거가 이고 지고 끌어가는 영화다. 감독진은 분명 그걸 노린 것이다.

볼 만한 영화다. 영화가 노린 사회적 메시지도 괜찮고 주인공의 연기도 좋다.

오락적 요소가 적을 뿐이다. 

청불인데, 잔인성 (폭력, 살해, 시체 훼손 등) 때문인 듯하다. 

 

 

[추천]

사라 볼거 팬

답답함 80% 사이다 20%여도 괜찮으신 분

 

[비추천]

'존 윅' 같은, 아니 그 정도는 아니어도 상쾌 통쾌한 복수물을 찾는 사람

 

 

+.

티빙에서 '굿 우먼'이라고 나와있어서 몰랐는데, 영어제목을 보니 Flannery O'Connor의 단편소설 A Good Man Is Hard to Find가 연상되었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저 오래된 소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참 진짜 여담인데,

엔딩크레딧에서 갑자기 친근한 풍의 이름이 보여서 신기했다.

Junyoung Jang 장준영 프로듀서 그분은 누구실까

 

 

 

아래부터 개인적인 감상이 이어집니다.


스포주의!

영화 중후반까지 주인공이 여기 저기서 처맞다가 (물리적x 정신적으로) 후반부에 드디어 마약조직을 깨부수는 내용이다.

내가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두 가지다.

1) 포스터를 보아하니 주인공이 멋있게 나와서 폭풍같이 마약조직을 쓸어버릴 것 같았다.

2) 주연배우 사라 볼거를 미드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오로라 공주 역으로 본 적 있어서 반가웠다.

 

문제는 포스터 같은 장면이 나오려면 억겁의 시간을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다. 주인공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미친 사람과 상황을 함께 견뎌야 한다...나는 티빙에서 배속으로 봤는데도 속이 막혀서 죽는 줄 알았다. 

 

주인공은 아주 귀여운 두 자식과 살고 있다.

얼마 전에 남편이 살해 당했으며 그 트라우마로 아들이 실어증을 앓고 있다. 언론과 경찰은 남편이 마약 딜러라고 몰아가면서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웬 불량배 '티토 라일리'가 집에 처들어와서 남편 노릇을 하려고 든다. 황당...

티토는 (남편을 죽인) 마약조직의 마약을 다량 훔쳐와서 주인공의 집에 숨겨놓고 버젓이 마약을 팔러 다닌다. 마약조직은 당연히 티토를 찾아다니고... 주인공과 가족들이 어떤 위기에 몰릴지 불 보듯 뻔해보였다. 이 티토 놈 생각하면 글 쓰는 지금도 돌아버릴 것 같다. 그래서 중반부는 거의 스킵했다;; 

 

사라 볼거는 오로라 공주 때도 상당히 강단 있고 유능하게 나왔는데, 이 영화에서도 상당부분 유약하게 나오지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인격을 보여준다. 거기에 중요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하는 유능한 면모가 마음에 들긴 했다.

집을 점령한 불량배를 죽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심지어 사랑하는 아가들이 옆방에 있는데... 오로라 공주는 그걸 한다.

기왕 일이 벌어졌으니 머리를 쏜살같이 굴려서 뒷처리까지 말끔하게 해낸다. 좀 비현실적이긴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각본이라면 그 정도 아량은 베풀어야지 싶다.

아가들을 친정에 맡기고 이런 저런 도구를 사온 뒤 집에서 티토 시체 분리 작업에 착수한다. 그 다음 여러 구역의 쓰레기통에 분산 덤핑까지!

 

 

아참 기억나는 거.

시체처리 도구 사러 가서 점원이 스몰톡하는데 나름 촌철살인이라 웃겼다.

 

주인공: ??
주인공: !!!!!

점원은  그냥 톱을 사가니까 장난친 건데(ㅋㅋ) 주인공은 이미 죽이는 단계가 끝났고 "내다 버리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웃겼다. 

뭐..주인공은 심장 엄청 뛰었겠지만.

 

 

티토를 흩어서 내다 버린 다음, 친정으로 들어서는데 마약조직 졸개가 가택침입했다. 티토 어딨냐고 다그치자 주인공이 데려가겠다고 했다. 기개가 장난아닌 듯. 근데 친정까지 위험에 빠졌으니 시청자로선 살짝 걱정됐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목 빠져라 기다린 포스터의 주인공 모습이 나온다. 근데 개인적으론 가르마 넘긴 것보다 위 사진처럼 머리 묶은 이미지가 더 마음에 든다.

우여곡절 끝에 마약조직이 운영하는 클럽에 혈혈단신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조직원이 와서 몸수색을 하고 주인공이 가져온 가방을 빼앗아서 깊숙한 비밀사무실에 끌고 간다. 무기는 있어?

 

조직 대장이 그래..티토 녀석은 어디 있지? 물었다.

주인공은 자기가 가져온 가방을 열어보라고 말했다. 뭐가 들어있을까? 티토 손가락? 아니면 팔뚝?

그러나 나는 주인공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신체 일부 사진 주의

 

 

 

도대체... 티토 살해 사건 때문에 집으로 사람이 와서 조사까지 해갔는데

무슨 배짱으로 대가리를 남겨둔 거야?

웃기기도 하고 주인공의 성공을 빌어주고 싶기도 하고 그랬다. (너무 절박해보인다..)

조직원들은 당연히 "미친 여자야!!"라며 질겁했다. 대장은 역시 대장인지, 조직보스만은 깔깔 웃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내 남편 스티븐 콜린스를 죽였냐며 다그치는 시점에, 그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더니 주인공을 죽이려고 들었다.

 

아니, 우리 주인공은 무기도 없이 빈손으로 왔잖아!

바로 여기서 진기명기가 나옵니다.

 

 

 

아 이 장면 덕분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올라왔던 답답함과 연민이 약간 쓸려나갔다.

뭐하러 괜히 꼬리 밟힐 수도 있는 시체머리를 남겨놨나 했더니, 간단한 티토 증명과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무기 보관함이었다.

저 시체대가리에서 총 꺼내는 씬은 짤로 만들어서 티스토리에 두고두고 보고 싶다. 귀찮으니 타임스탬프를 남겨보면 거의 1h26m 즈음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남편은 사실 마약 딜러가 아니고 그저 다친 사람을 도와주려는 의로운 사람이었는데, 마약조직의 싸움에 휘말려서 억울하게 죽은 데다 마약딜러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쓴 것이었다. 이게 영화 소개에서 무슨 거창한 비밀인 것처럼 '진실'이니 뭐니 써놨던데 그냥.. 영화 플롯상 뻔한 내용이었다.

이렇게 뻔한 영화를 찍으려면 역시 훌륭한 배우와 묘기에 가까운 트릭 (총 보관함)이 있어줘야 하나보다.

 

 

혹시 종사자였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반응속도와 무자비함을 뽐내며 주인공은 빠르고 철저하게 조직두목과 졸개들을 해치우고 진실까지 알아낸 채 현장을 뜬다. 이 지역의 골칫거리인 마약조직답게, 사건은 그저 조직 간 알력다툼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주인공은 두 자식들과 행복하게 영화 결말을 맞는다. 영화 초중반에 비해 몇백 배는 활력있고 행복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