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감상실/일반감상

[영화/액션] 세련된 영국맛 범죄코미디, 젠틀맨 (The Gentlemen, 2019)

조경수 2021. 9. 13. 21:54

젠틀맨

The Gentlemen


대충 "피키 블라인더스"(킬리언 머피 나온 그 드라마), "레전드" (톰 하디 나온 그 영화), "킹스맨" 느낌의 영국 작품을 즐겨본다면 만족할 만한 영화다. 젠틀맨은 피키 시즌1 다음으로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1-2까지 재밌게 봤고 레전드는 노잼, 킹스맨은 1편이 볼 만했다.

다시 말해 젠틀맨은 (내 취향과 비슷한 사람이라면) 정말 강추! 꼭 보세요! 근데 위 영화들이랑 안 맞으면 그냥 그럴 듯.

 

내용은 마약왕이 은퇴하려고 광활한 대마초농장을 팔아치우는 이야기다. 단지 제값에 잘 팔고 노후를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사방팔방에서 종이호랑이 된 줄 알고 덤벼서 한바탕 격전을 치르는 스토리. 당연히 주인공이 호된 주먹을 먹여주고, 사랑과 돈을 지켜내는 행복한 영화다.

그렇다고 평범하게 마약왕의 연대기를 술술 푸는 게 아니다. 진행방식이야말로 이 영화의 재미포인트다. 마약왕의 오른팔 vs. 냄새맡고 한푼줍쇼 달려드는 플레처의 티키타카 대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편집되며 진행, 그러다가 수미상관으로 매끄럽게 마무리된다. 이런 액자 속 액자는 역시 완급조절이 중요하다.

장면 전환마다 영국작품 티를 팍팍 내는 이 영화..나는 마음에 들었다. (근데 레이몬드와 플레처의 얼굴 합이 잘 맞나요? 완급조절의 일환으로 게이케미를 넣음. 그런 섹슈얼 아닌 섹슈얼 무드를 넣어서 솔직히 꿀잼이긴 했지만, 둘이 어울리는지는 글쎄)

 

- 잔인성: 딱 18금 범죄액션 느낌. (표준적인 총질, 주먹질, 시신 나오는 정도)

- 선정성은 뭐.. 섹드립 정도. 

 

끝내주는 부부케미 (미키-로즈)

며칠 전에 매튜 맥커너히를 모델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무슨 기사제목을 얼핏 봤는데... 그의 매력은 사람들이 킬리언 머피에게서 찾아내는 그것의 좀더 성숙한 판일까? 짐작할 뿐, 잘 모른다.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1의 킬리언 머피가 정말 멋있었는데..

내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이유는 레이몬드지만, 후기까지 남길 정도로 여운을 남겨준 건 이 커플이다. 그 이유는... 스포일러 같으니 지금부터는 스포일러 주의!


스포 주의

사실 마약왕 미키의 약점이 아내 라는 대사까지 나왔어도 어차피 하이에나들이랑 싸우면서 묻힐 흔하고 가벼운 커플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세기의 사랑이라서 재밌었다. 영화 보다보면 왜 그렇게 로즈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보스, 결혼 잘 하셨습니다!

 

내용에 첨언을 하자면, 감독이 영국인 맞군..하게 된다. 대충 미국인/유대인과 중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드러나는 영국영화 같다. 아참 러시아인도 어떻게 우겨넣었다.

구도를 보면: 영국인이 미국인/유대인 거부에게 사업을 팔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인과 손을 잡고 영국인의 뒷통수를 후리려고 드네? 영국의 모가지를 뜯으려 드는 '그들'을 응징해주는 구도란... 흡사 모종의 풍자 만화를 보는 듯. + 영국의 유구한 견제대상인 러시아까지 달라붙음

뭐 그렇다고 심하진 않다. 딱히 위 집단들에게 감정은 없지만, 새우등 터지는 동북아인으로서 이런 포인트는 중요하지 않은가?

 

 

하여간 이 영화는 멋진 아저씨들로 채워놨다.

 

미키 오른팔 레이몬드 (찰리 허냄)

 

최애 캐릭터 레이몬드 아저씨.실루엣에서부터 근육, 의리, 카리스마가 드러나는 아저씨 중의 아저씨다. (본래 얼굴이 좀 귀염상이라 수염을 길러도 귀염둥이 이미지를 죽일 순 없는 듯ㅋㅋㅋ 플레쳐가 레이를 너무 귀여워한다)

 

 

미국인/유대인 억만장자 매튜 버거 (제레미 스트롱)

 

매력캐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내 친구는 얍삽이답게 머리 굴리다가 당하는 안경잽이 아저씨를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포함하기로.

매력을 떠나서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흥미로운 캐릭터임은 확실하다.

 

 

끝까지 책임지는 코치 (Colin Farrell)

 

이쪽은 사기캐 코치님.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인데, 드센 청소년들을 체육관으로 데려와 갱생시키는 격투 최강 스승님 정도? 각양각색 추리닝을 둘둘 끼고 다니며 거리를 평정하는 여유만만 the 코치

코치님이 등장할 때쯤이면 시청자들이 살짝 벙찔 것이다. 갑자기 노답 청소년들이 마약왕의 농장에 들이닥치더니 대마농장에서 스웩 넘치는 유투브를 찍어버리기 때문. 그 전까진 나름대로 점잖고 긴장감 넘치던 악당영화가 갑분힙합유투브로 흘러간다......  어떻게 감독이 유머를 발휘한 모양인데, 내 친구들은 흐름을 깬다고 평했다.

근데 나는 진짜 웃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블로그에라도 외친다. 이거 웃겼던 사람?? 

 

사실 스웩유투브는 억지인 듯 억지 아닌 듯. 이 영상 때문에 웬 무력 최강 코치가 마약왕의 편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마약왕은 코치 덕에 꽤나 쏠쏠한 이득을 봤다. 궁극적으로 레이몬드가 코치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 때문에 매우 감사.

전말은 이렇다. 이 청소년들은 코치님이 책임지고 갱생시키던 애들이었는데, 대마농장주인 무서운 줄 모르고 유투브를 올렸다가 담금질 당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뭐...유투브는 조회수 폭발하고 코치는 속터지고.. 자연스럽게(?) 우리 애들은 제가 책임질테니 봐주시오. 하고 레이몬드에게 가게 된 것. 여기서도 코치는 대단하달까, 딱 3번만 도와주겠다는 무림고수st 발언을 하고 안심서비스를 제공했다. 3번이었나? 3+1으로 후하게 쳐줬던 것 같다 여튼.

 

+

그 외에 삼합회 두목 조지 (Tom Wu) 아저씨

입혀주고 길러줬건만 두목님의 대가리를 날려버리는 배은망덕 드라이아이 (헨리 골딩) 등등 꿀잼 아저씨들이 등장한다. 

조지 아저씨는 짧게 등장하는데 180 키에 인상 팍 쓰고 멋있게 나온다. 근데 이렇게 기세등등 딱 2번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독 먹고 총 먹는 게 일종의 재미포인트인 듯. 아 사진 따올걸 그랬나, 카리스마 좋은 아저씨였다.

 

Dry Eye 배우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라스트 크리스마스"에서 봤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인기배우라는 인상이 있다. (여담이지만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짜증유발 영화다) 드라이아이도 머리 팽팽 돌아가고 적재적소에 총질할 줄 아는 조직리더다. 반역황태자지만.

근데 선배들이 말하는 싸가지 말아먹은 후배세대라는 게 이런 걸까? 내가 레이몬드한테 이입해서 보다보니 드라이아이가 개차반으로 보였다 (ㅋㅋㅋ) 재밌는 점은 조지가 큰 키라서 충분히 위력적이었을 텐데도, 드라이아이가 186인 바람에 a Rising China의 기세가 더 크게 느껴졌다. 

 

 

카리스마 사장님 로잘린드 (Michelle Dockery)

 

 

마약왕이 이제 은퇴하겠다고 했을 때 사장님은 얕보이지 말라 하셨지..

로즈는 그 뭔지 기억 안 나는데 무슨 자동차 많은 곳 사장이다. 영화 초반 마약왕에게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보였다간 다 뜯긴다는 좋은 (예고성) 조언을 해주심. 그렇게 영화 내용은 딱 그렇게 흘러가고

 

어쨌거나 미키랑 로잘린드 너무 잘 어울린다. 최고의 부부케미

사실 케미가 있는지 몰랐는데 (어떤 친구는 "지금 돼?"가 명대사라고 하던데 나한텐 너무 단맛이 심했다 ㅋㅋ 찰떡커플을 강조하는 효과는 있는 듯하다) 중후반에 이 커플에게 감동을 받고 말았다. 개차반 드라이아이가 쳐들어와도 눈 깜짝 하지 않고 맞서는 로즈나, 당장 자기 머리에 총질 당할 뻔했는데 로즈 구하겠다고 버선발로 뛰어오는 믹키나... 무엇보다 로즈가 막다른 길에 몰린 절체절명의 순간, 믹키가 온 걸 보고 안심하고 여유를 되찾는 장면이 진짜 최고의 감동모먼트다. 

 

 

마지막은 느닷없이 생각난 로라의 얼굴로 마무리하겠다.

 

타락한 국회의원 자식 로라 (Eliot Sumner)

 

로라와 아슬란은 다분히 도구적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마약왕 조직에 빈틈을 뚫어주고, 영화에 눈요깃거리를 제공하는 정도? 거기에 국회의원 딸/러시아 요인의 아들이라는 설정에서 대강 느낌이 온다. 둘의 일탈과 죽음은 확실히 영화의 요깃거리다.

개인적으로 이런 도구적 역할을 선호하지 않아서 딱히 관심 두지 않았다. 

 

근데 아래 사진 진짜 아름다운 장면 아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떠왔다. 

 

버니 (Chidi Ajufo) - 레이몬드 - 로라

 

로라도 아슬란도 나도 레이도 저게 거짓말인 걸 알아서 더 로맨틱하다.